┃ 사람 중심의 AI, AI고객센터가 바꾸는 고객경험
AI와 대화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AI는 일상이 되었다. 요즘 사람들은 챗GPT,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등 다양한 생성형 AI와 대화를 하며 업무를 처리 중이다. 실제로 AI는 이미 우리의 일상 깊숙이 들어왔다. 되려 AI와 대화를 해보지 않은 사람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점심 식사 시간의 대화는 이제 “챗GPT, 사용해봤어요?”, “퍼플렉시티 AI 검색 대단하지 않아요?”라는 질문으로 넘쳐난다.

최근에는 이미지도 잘 만든다고 소문이 나면서 ‘지브리 스타일’의 이미지는 카카오톡 프로필, 인스타그램에 넘쳐흐를 지경이다. 사람들은 AI가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인지는 몰라도 일상에서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 중이다.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첨단 기술을 일상에 이렇게 활용한 적이 있었을까? 스마트폰 이후, 사람들과 일상을 같이 하는 존재는 생성형 AI뿐이다. 10여 년 전 빅데이터가 한창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 때도 사람들은 빅데이터를 그냥 거대한 데이터로 인식할 뿐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활용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주변 사람들 대부분이 챗GPT를 쓰고 있다. 웹검색, 딥리서치, 이미지 생성, 문서 요약 등 챗GPT 같은 생성형 AI로 우리가 상상하는 일상의 모든 것들이 가능해지고 있다. 내가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처럼 AI가 일상화되고 있지만 AI는 결국 하나의 기술일 뿐이다. 또 다른 기술이 나오면 인간은 그 기술의 통제와 관리가 필요하다.

버추얼 휴먼, AI 휴먼도 마찬가지다.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에 AI 휴먼이 있더라도 인간을 대체할 수는 없다. 단지 인간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AI 기술은 호텔 전반에 대한 고객경험을 높이는 게 목적이지 단지 그 서비스만을 위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AI 휴먼이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처리해야 한다. 어떻게 보면 ‘AI 아웃소싱’ 같은 이 상황에서 우리는 AI를 수단으로 인식하고 궁극적으로 기업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인간과 AI의 공존은 AI 시대의 핵심 이슈다. 인간과 AI가 서로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해야 인간이 AI에 종속되지 않고 효율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AI 컨택센터, 이하 AICC는 인간과 AI 공존의 성공적인 사례다. 과거 콜센터의 상담사는 감정노동의 최전선에 있었다. 콜센터는 초기 전화 위주의 단순 상담센터에서 이메일, 채팅 등을 통한 컨택센터로 진화하며 고객 맞춤형 상담이 진행되었다. 이후 자동 상담의 시나리오 봇을 거쳐 지금의 AICC가 되었다. 현재의 AICC는 고객가치 관점에서 고객의 상담 데이터를 학습해 고객의 의도를 분석하며 고객경험과 가치를 제고한다. 이러한 방향성에 맞춰 기업의 컨택센터는 상담사의 감정노동의 가치를 중시해 상담사의 인권침해에 단호하게 대응 중이다.
출처: 민주노총, 2023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하지만 얼마 전만 해도 상담사들은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시달림을 당해야 했다. 또 단순하면서도 간단한 문의에 따른 과도한 콜수는 상담사의 업무 과중을 불러일으켰다. 콜센터에 전화하는 사람은 단 한 통이지만, 상담사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많은 고객들로부터 하루 100콜은 기본이었다. 과거 고객가치 제고 컨설팅을 위해 한 대기업의 콜센터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실제 콜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콜이 들어오는 것을 보면 일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상담사의 업무 강도가 높고 업무가 고객 대응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흔히 말해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실이었다.

예를 들어, 서울시에서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다산콜센터는 2022년 기준 하루 평균 상담 전화가 2만 건에 달했다. 이렇게 많은 콜수는 사람만으로 대응할 수 없을 뿐더러, 하더라도 계속해서 사람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상담 전화 중 단순·반복적인 문의도 많아 효율적이지도 않다.

지금은 AI 챗봇인 카카오톡 채널 ‘서울톡’과 보이는 ARS 등을 통해 전체 상담의 일정 부분을 처리하고 있다. 실제로 2024년 6월 말 기준 챗봇으로 전체 상담 건수의 17% 가까이를 처리하고 있다. DB손해보험 또한 AI 음성봇 도입으로 건당 35분이 걸리던 상담 시간을 2분으로 대폭 단축시켰다. AI 음성봇의 월 상담 건수는 약 5만 건에 달해 상담사들은 복잡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며 상담의 전문성은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AI 챗봇이 일정 부분을 담당해 주면, 고객의 상담 대기시간은 줄어들고 서비스 만족도는 높아질 수 있다. 상담사 입장에서도 단순·반복 문의 대응 비중이 낮아지며 업무의 피로도가 감소해 불필요한 감정노동을 줄일 수 있다. 또한 전문 상담사로의 역할 강화도 가능하다.

기업은 어떨까? 상담사의 전문성 강화로 업무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다. 이처럼 AICC는 AI 콜봇/챗봇을 활용한 비용 절감, 불필요한 상담 시간의 단축으로 인한 업무 효율 증가, 상담 데이터의 분석을 통한 컨택센터 운영 방식 개선, 실시간 고객 상담을 통한 고객 만족도 상승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고객, 상담사, 기업 모두가 윈윈하는 구조가 된다.
AI의 이런 가치 때문에 국내 통신사를 중심으로 AICC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일부 SI기업과 플랫폼 기업도 참여하며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만큼 AICC는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AICC 시장 규모는 리서치앤마켓(Research and Markets)에 따르면, 2024년 26억 5천만 달러에서 2025년 32억 7천만 달러로 연평균 23.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또한 2020년 약 600억 원에서 2030년 약 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22년 시장규모가 업계 추산 2,000억 원인 것을 감안하면, AICC 시장은 이보다 더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3 컨택센터 산업총람>에 따르면, 국내 컨택센터 구축 시장 규모가 2022년 기준 약 3조 2000억 원임을 고려하면, AICC 시장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AICC 시장은 그만큼 높은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통신사들은 AICC 시장에 성공사례를 창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유플러스는 국내은행에 자사의 “AICC클라우드 by ixi” 서비스 적용으로 상담사의 실수 방지를 통한 일관된 상담 품질 제공, 상담사 교육 비용 절감 등의 성과를 창출했다. 제조업체에서도 AI 콜봇이 A/S 접수, 구매 상담 등을 대응하며 고객 대기시간 불만을 해소했다.
AI는 앞으로도 상담사를 많이 도와줄 것으로 보임에도 불구하고, 대체까지는 쉽지 않다. 학교의 AI 튜터가 아무리 진화해도 선생님의 역할을 대체할 수 없듯이 말이다. 실제 AI 고객 상담을 이용해 본 사람들은 고객경험 관점에서 “너무 불편해요”, “간단한 문의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너무 답답하다”, “문제를 해결해 줄 생각이 없어요” 등의 불만을 토로한다.

이는 아직도 AI가 기존의 시나리오 봇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을 보여준다. 그런 면에서 인간과 AI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AI에게 맞는 역할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이를 기반으로 고객경험과 가치를 제고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AI를 활용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척하는 상담은 고객의 불만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 복잡한 문제를 마치 간단하게 처리하려는 기술 중심의 AI 상담이나 단편적인 단계별 혹은 시나리오 중심의 상담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고객이 서비스의 불편사항에 대해 컨택센터에 연락했다고 생각해보자. 그런데 AI가 “그 부분에서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아 상담사를 연결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 들까? “도대체 왜 항상 AI 상담을 먼저 해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그러면 사람은 어떻게 처리할까? 아마도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죄송합니다. 고객님. 많이 불편하셨을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될까요? 환불 처리도 가능합니다. 혹은 다른 도움이 필요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확인해 보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고객 문의를 기계적으로 단순 문의로 분류해 AI 상담으로 넘기면 단순한 기술적인 상담이 될 뿐이다.

나 또한 보이는 ARS나 AI 상담을 이용한 적이 있지만, 결국은 상담사 연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다가 많은 시간을 허비한 적이 있다. 이런 경험을 한두 번만 하면 단순 “예” 혹은 “아니오”가 아닌 문의는 상담사 바로 연결에 대한 니즈만 높이는 상황을 초래한다. 특히 고객의 문의가 단순 문의인지, 문제 제기를 통한 소통의 요청인지 구분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AI 상담은 오히려 고객 불만을 키울 수 있다.

다만, 이 문제들은 AI 기술 발전과 함께 점차 개선되고 있는 추세다. 자연어 처리 정확도가 높아지고, 고객의 감정과 맥락을 인식하는 AI 기술이 실제 적용되면서 고객 응대 품질 역시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AI 상담이 고객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상담사와 AI의 역할이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AI라는 좋은 기술 때문에 상담사의 업무 감소와 상담 품질이 좋아질 수는 있지만 기술 자체에만 의존하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좋은 기술은 기술 자체가 좋은 것도 있지만 이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도 포함한다. 사람은 좋은 기술 덕분에 편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며, 기술은 사람을 이해해야만 진화할 수 있다.

실제로 유플러스의 AICC클라우드 by ixi 솔루션을 도입한 기업들은 AI 콜봇을 통해 더 많은 고객을 효율적으로 응대하고, 상담 시간이 대폭 줄어드는 성과를 얻었다고 한다. 과거에는 상담사가 직접 문서를 검색해 정보를 찾아야 했지만, AI 상담지원 서비스를 활용하면 고객이 문의하는 즉시 필요한 자료를 화면에 띄워준다. 이로 인해 5분 이상 걸리던 상담이 1분 이내로 줄었고, 운영 비용도 함께 절감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 응대 속도가 빨라지니, 고객은 원하는 정보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고 상담 만족도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이는 기술이 인간을 이해하고 지원할 때 만들어지는 긍정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사례를 통해 우리는 계속하여 AI의 핵심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고객경험의 “경험”은 “기업의 뛰어난 기술 경험”이 아닌 고객 가치 관점에서 “기업 서비스 전반의 경험”을 말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유플러스의 AICC클라우드 by ixi AI 컨택센터 역시 이러한 맥락 속에서, 고객과 상담사, 기업 모두에게 더 나은 ‘경험의 연결’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