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이 “양자역학을 이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양자역학은 생소하고 어려운 이론입니다.

양자역학이라는 용어는 1924년 독일의 물리학자 막스 보른에 의해 처음 사용되고, 1927년 제5차 솔베이 회의에서 양자역학 이론이 확립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데요. 여전히 많은 과학자가 활발하게 연구하는 이론인 만큼 문화계에서도 다양한 작품에서 양자역학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어요.

이번 토픽에서는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어려운 양자역학 이론을 소개해 드릴게요. 영화의 어떤 장면이 양자역학의 이론에서 영향을 받은 것인지 확인해 보세요! 😎
🐜️ 순식간에 개미처럼 작아지는 <앤트맨>의 비밀
원자 사이 공간에 따라 물질의 크기도 바뀔까?
2015년 개봉한 <앤트맨>은 개미처럼 작은 크기에서 대형 빌딩 크기까지 신체 크기를 순식간에 줄였다 키우는 능력을 가진 히어로 이야기입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몸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능력은 양자역학의 기본 개념에서 따온 과학적 설정인데요.
우리 몸을 비롯해 물질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되어 있어요. 이때 원자 전체에서 원자핵은 약 10만 분의 1을 차지하고, 전자는 원자핵의 약 1천 분의 1만큼 작아요. 다시 말해, 물질의 기본 구성단위인 원자가 축구 경기장이라면 원자핵은 그 안에 놓인 축구공 하나이며, 그 외에는 텅 빈 상태인 거죠.

영화 <앤트맨>은 이 과학적 개념에 상상력을 더했어요. 영화의 등장인물인 행크 핌 박사는 텅 빈 원자들 사이 공간을 줄였다 늘릴 수 있다면, 물체의 크기도 변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죠. 이렇게 탄생한 것이 원자 사이 공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핌 입자’이며, 신체 크기를 자유자재로 줄였다 늘리는 앤트맨 슈트랍니다.

아직은 이론적 가설에 영화적 상상을 더한 것이지만, 지금보다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좀 더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성과를 기대해도 되지 않을까요?
📡 빛보다 빠른 속도로 통신을 주고받는 상상, <삼체>
양자 얽힘으로 정보도 교환할 수 있을까?
올해 3월 공개한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에는 세 개의 태양이 뜨는 행성에 사는 삼체인이 더 나은 삶의 터전을 찾아 광속의 1%로 지구를 향해 달려간다는 내용이 등장해요. 이 속도로 달려도 4광년 떨어진 지구에는 400년 후에나 도착할 텐데요. 삼체인은 4광년 떨어진 지구의 삼체 문명 추종자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며 차근차근 지구 점령을 준비합니다.

현재까지 밝혀진 세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빛입니다. 전파의 속도는 빛과 같습니다. 삼체라는 행성에서 지구까지 4광년 떨어져 있으니 삼체인이 보낸 메시지는 4년 후에나 지구에 도착하고, 지구에서 보낸 답변을 받으려면 다시 4년을 기다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삼체인은 어떻게 빛보다 빠른 속도로 실시간 통신을 할 수 있을까요?
드라마 <삼체>에서 삼체인들은 지구와 통신하기 위해 ‘지자(智子)’라는 이름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합니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양자 얽힘’이라는 이론인데요.

양자 얽힘은 두 개 이상의 양자가 서로 떨어져 있음에도 한 입자에 가해진 작용이 다른 입자에도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물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이론에 따르면 얽혀있는 두 개의 양자 물질을 우주의 양 끝에 배치한 뒤 하나의 양자만 관측해도 우주 반대편에 있는 다른 양자의 상태도 즉시 알 수 있어요. 삼체인이 지구와 실시간 통신하는 장면은 양자 얽힘의 이런 특징을 활용하면 정보를 빛보다 빠른 속도로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에서 탄생한 것이죠.

양자 얽힘 개념은 앞서 소개한 <앤트맨> 후속작인 <앤트맨과 와스프>에도 등장해요. 전편에서 원자보다 작아져 이 세상에서 사라진 줄 알았던 재닛 반다인이 현실 세계의 주인공에게 빙의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재닛과 주인공이 양자 얽힘 상태로 연결되어 있어 벌어지는 해프닝입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로 양자 얽힘으로 정보 교환은 불가하다고 해요. 하지만 빛보다 빠르다는 특성이 미래에 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입니다.
🪐 평행우주를 다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선택의 순간마다 새로운 평행우주가 탄생한다면?
2022년 개봉한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평범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우연히 평행우주의 존재를 알게 되고, 평행우주 속 수많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빌려와 위기에 빠진 세상과 가족을 구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에 나오는 평행우주는 ‘같은 모습을 가지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수없이 많은 우주’를 말해요. 즉,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결정의 결과물인 또 다른 내가 살고 있는 세계를 뜻하는데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3단계 양자역학 평행우주 개념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MIT(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의 저명한 이론 천문학자 맥스 테그마크 교수는 평행우주를 크게 4단계로 구분했어요. 이 중 3단계 평행우주는 확률론적 결정에 따라 무수히 많은 우주로 갈라져 존재할 수 있다는 가설인데요.

이 가설은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방법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양자역학에서는 왼쪽과 오른쪽에서 입자가 관찰될 확률을 각각 몇 퍼센트라고 예측할 수 있지만, 왼쪽에서 실제로 입자가 관찰되는 순간 오른쪽의 가능성은 순식간에 사라진다고 해석합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코펜하겐 해석 방법이에요.

하지만 다세계 해석은 왼쪽에서 입자가 관찰되는 순간, 우주가 두 갈래로 나뉘면서 오른쪽에 입자가 있는 새로운 우주가 생긴다고 주장해요. 예를 들어 오늘 점심 메뉴로 김치찌개 정식과 샐러드를 고민하다가 김치찌개를 선택했다면, 선택의 순간 샐러드를 선택하는 내가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가 생기는 것이죠.

이론적으로 평행세계 사이는 오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서 등장인물은 선택의 순간마다 파생된 새로운 평행우주를 오갈 수도 있고 서로 다른 평행세계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상상력을 펼치는데요.

우리는 종종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을지 상상해 보곤 하죠. 다세계 해석 방법에 따라 세상에 수많은 평행우주 속 내가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중 한 세계를 선택할 수 있다면, 구독자님은 어떤 세계에 살고 싶은가요?
🖥️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슈퍼컴퓨터, <트랜센던스>
인간의 뇌를 슈퍼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을까?
영화 <트랜센던스>는 2014년 개봉한 SF 작품으로, 영화 <인셉션> 촬영 감독인 윌리 피스터의 연출 데뷔작입니다. 트랜센던스(Transcendence)는 ‘초월’, ‘탁월’, ‘신의 초월성’을 뜻하는 단어인데요. 영화에서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초월하고 자각 능력까지 갖춘 슈퍼컴퓨터를 트랜센던스라고 부릅니다.

트랜센던스를 개발하던 천재 과학자 윌은 어느 날 반 과학단체의 습격으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는데요. 그의 연인은 윌의 뇌를 트랜센던스에 업로드해 살려냅니다. 인터넷으로 전 세계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윌은 슈퍼컴퓨터인 트랜센던스의 빠른 처리 속도와 네트워크로 얻은 정보를 활용해 말 그대로 전지전능한 존재가 됩니다.
영화 <트랜센던스>에 등장하는 슈퍼컴퓨터는 ‘양자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만든 인공지능 컴퓨터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양자 프로세서(양자컴퓨터)는 기존의 슈퍼컴퓨터와 어떤 점이 다를까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개인용 컴퓨터와 슈퍼컴퓨터는 정보의 단위로 비트(bit)를 사용하는데요. 모든 데이터를 0 또는 1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이진법을 따릅니다. 기존 컴퓨터의 장점은 정확한 답 하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큐비트(Qubit, Quantum Bit)를 단위로 사용하는 양자컴퓨터는 0과 1이 겹치는 값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4개의 정보(00, 01, 10, 11)로 처리할 수 있어요. 이를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이라고 하는데요. 더 많은 큐비트가 얽힐수록 처리 가능한 정보량은 2의 제곱수로 늘어납니다.

영화 <트랜센던스>의 주인공은 양자 프로세서를 활용해 정보를 빠르고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인류가 이루지 못한 수준의 기술을 단 2년 만에 발전시킬 수 있었죠.

실제로 구글이 2019년 공개한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는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복잡한 연산 문제를 단 200초 만에 풀어냈다고 하는데요.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는 양자컴퓨터를 옳은 방향으로 활용한다면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 암호 해독으로 종전을 앞당긴 천재 이야기, <이미테이션 게임>
기계로 만든 암호는 기계로 풀어야 한다는 접근!
지난 2015년 개봉한 <이미테이션 게임>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기계 암호인 ‘에니그마(Enigma)’ 해독기를 개발한 영국의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 일대기를 다룬 실화 기반 영화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최초의 암호는 고대 로마 시대부터 존재했다고 해요. 초기에는 주로 군사 및 외교 분야에서 아군의 비밀 정보를 보호하고 교환하기 위해 사용했는데요. 고대에는 양피지를 활용하거나 각 문자를 다른 문자로 치환하는 등의 방식을 이용하다가 전기 통신과 기계가 등장하면서 기계 암호가 발달합니다. 독일의 에니그마는 1918년 발명된 대표적 암호화 기계로, 똑같은 설정의 에니그마가 없으면 암호 해독이 불가하다고 할 정도였어요. 연합군은 에니그마를 해독하지 못해 수세에 몰립니다.

하지만 영국의 앨런 튜링은 “기계로 만들어진 암호는 기계로 풀어야 한다”라는 일념으로 연산 기계인 ‘봄브(Bombe)’를 개발해 에니그마 암호 해독에 성공하고, 종전을 2년 앞당기는 성과를 기록하죠. 튜링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튜링 기계’라는 개념을 고안하는데요. 이 개념은 이후 현대 컴퓨터의 모델이 됩니다. 앞서 간략히 소개한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 역시 튜링 기계의 개념을 기반으로 발전했어요.
앞서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기존의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속도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고 소개했는데요. 양자컴퓨터를 활용하면 인류의 난제를 풀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과 동시에 주요 국가기관이나 군사 시설 등의 비밀 정보가 양자컴퓨터에 의해 쉽게 해킹당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어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기 전에 현재의 암호 체계는 양자컴퓨터로도 뚫을 수 없는 새로운 방식으로 개편해 대비해야 해요.

양자컴퓨터로도 뚫을 수 없는 암호체계가 바로 오늘 뉴스레터에서 소개한 ‘양자내성암호(PQC: Post-Quantum Cryptography)’랍니다. 중요한 데이터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양자내성암호를 빠르게 도입해 양자컴퓨터를 통한 해킹에 대비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오늘은 다양한 영화 속 장면을 통해 어려운 물리학 개념인 양자역학에 대해 알아보고, 양자컴퓨터의 장점과 우려되는 점을 간략히 소개해 드렸어요. 양자컴퓨터 기술은 우리 일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테니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