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엔 자율 주행 자동차가 다니고, 식당에서도 서빙 로봇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고객센터에 전화하면 사람 대신 AI 챗봇이 응대하는 시대지만, 건설 현장을 떠올리면 여전히 인공지능이나 최첨단 기술과는 거리가 먼 공사장 이미지가 먼저 떠오릅니다. 건설산업이 가진 보수적인 문화도 원인이겠지만, 일반인은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이유도 있죠.

하지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새 건설 현장에도 다양한 스마트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크게 프로세스의 스마트화와 건설 상품의 스마트화가 이루어지고 있어요. 특히 건설 상품은 우리 생활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요. 더 자세한 건설산업 이야기는 아래 전문가 칼럼에서 자세히 확인해 보세요!
1. 다른 업종과는 다른 건설산업의 특성
산업혁명 이전은 필요한 물건을 장인이 일일이 손으로 만들던 가내수공업 시대였습니다. 누군가 물건을 주문하면, 한두 사람의 장인이 필요한 물건의 성능과 모양(디자인) 등을 결정하고 만들었죠. 산업혁명 이후에는 증기 기관이라는 새로운 동력원을 얻게 되면서 사람이나 가축의 힘이 아니라 증기의 힘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이때부터 공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제품 제작의 여러 프로세스를 분업화하는 테일러리즘(Taylorism)과 연속공정 기술을 이용하여 표준화된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포디즘(Fordism) 등은 생산성을 향상시켰습니다.

제조업은 공장이라는 관리 가능한 실내 공간에서 기계설비를 이용함으로써 표준화된 프로세스와 규격 자재 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반면 건설산업은 지붕이 없는 야외 현장에서 제한 없는 활동 범위를 가진 건설장비들과 각 공종별 건설 인력을 이용합니다. 옥외 환경은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받으며, 개별 프로젝트마다 다른 부지 여건을 감안한 건설이 이루어집니다. 프로젝트에 관여하는 참여 주체나 사업 구도, 수행 방식도 상이할 뿐만 아니라 건설 사업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민원의 유형도 다양합니다.

건설하는 목적물도 대량 생산하는 공장 제품과 달리 프로젝트마다 다른 설계와 사양으로 진행됩니다. 건설 사업을 수행하는 현장 소장이나 공사 과장 등 주요 참여 주체별로 공사 수행 방식이 다를 수 있고, 관여하는 공종별 전문 건설 업체의 조합도 달라집니다. 한마디로 건설산업은 개별 사업을 수행할 때마다 환경과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일관되고 표준적인 사업 수행 체계를 만들기 어렵습니다.

건설산업의 생산성은 30~40년 전보다 나아진 게 없다는 말들을 많이 합니다. 통계에서도 제조업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건설산업의 생산성은 정체된 것으로 나타납니다.

생산성을 높이려면 기존의 생산 방식과 체계를 딛고, 발전적인 요소를 도출해서 변화한 생산방식과 체계를 찾아야 합니다. 건설산업은 사업마다 환경도 다르고 불확실성도 높기 때문에 표준적인 것은 둘째치더라도 규격화된 생산방식이나 체계를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건설 회사 별로도 다르고, 한 회사라도 현장에 따라 다른 방식이나 체계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에 비해서 건설 회사는 각자 표준화된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해왔고 일정한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건설산업 특성상 본질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기 쉽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2. 표준화와 체계를 갖춘 선진국과 다른 국내 건설산업
선진국의 건설산업은 발주자가 계약자인 설계사와 건설사를 관리하는 기준과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기준과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생산방식과 체계가 어느 정도 규격화된 것으로 보이는데요. 발주자는 표준화된 체계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PM(Project Manager)을 대리인(Agency)으로 고용하고, PM이 기술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준과 절차를 제시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PM을 활용하는 체계가 익숙한 선진국의 건설 문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런 방식으로 정착됐습니다.

국내에서는 발주자가 PM을 활용하기보다는 종합건설업체를 통해서 건설 사업을 수행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종합건설업체가 PM의 역할도 하면서 계약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건설 업체마다 다른 기준과 절차를 따르기 때문에 사업 수행 방식이 천차만별입니다. 이런 환경 때문에 발주자는 PM을 통해서 기준과 표준을 제시하지 않고 건설회사의 기준을 따라가는 것에 익숙해진 것입니다. 건설 공기업들이나 일부 발주자들이 자체 기준이나 PM을 통한 관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건설 문화는 표준보다 관행을 우선합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최근 또다시 건설산업의 안전사고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국내 고유의 건설 문화와 심각하게 열악해진 건설산업 여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건설 회사의 영업이익을 3~4%도 확보하기 어렵고, 적자를 면하지 않으면 다행으로 생각할 정도로 경영 환경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개별 사업에 대한 원가와 공기 측면의 압박, 조직화되어 가는 각종 민원, 옴짝달싹 못 하게 하는 제도적 규제들로 새로운 건설 방식이나 체계를 생각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3. 한계 극복을 위한 돌파구, 스마트 기술
우리나라는 정보통신기술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와 기술을 자랑하고 있으며, 각 개인의 ICT 대응 능력 또한 남부럽지 않을 수준입니다. 건설 산업이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는 산업이기는 하지만, ICT 활용 측면에서는 매우 적극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여러 가지 한계가 있지만, ICT를 활용하는 스마트 건설에 있어서는 상당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건설산업에서 표준화된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일반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건설 접근법으로 국내 건설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건설 생산 방식과 체계를 혁신할 가능성은 충분해 보입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규격화 및 표준화하고, 이를 지원하는 스마트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마트 건설 체계를 먼저 제안하고 그에 따라서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접근법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4. 스마트 건설의 개념
1990년대 본격적으로 개인용 컴퓨터가 일상에 도입되면서부터 많은 산업분야에서 전산화를 통한 업무 효율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건설산업도 제조업의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ring)과 같은 CIC(Computer Integrated Construction)를 추진한 바 있습니다. 건설 업무 프로세스도 체계적이지 않았고 컴퓨터 기술도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서 지원이 가능한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PMIS(Project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와 같은 업무 지원 시스템이 개발되었고, 바코드를 이용한 인력 관리시스템, 공정 계획을 3차원의 그래픽으로 볼 수 있는 4D-CAD 등이 개발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스위스 경제학자인 클라우스 슈밥은 AI와 IoT 등 새로운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 혁명 개념을 처음 주창했습니다. 그 시기에 애플의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이 기존 모바일폰과 차원이 다른 성공을 거두었고, 곧 ‘스마트’라는 용어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성공적이거나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가진 상품이나 서비스, 기술 등에 스마트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트렌드가 나타난 것입니다.

200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유비쿼터스(ubiquitous)라는 형용사가 접두어로 사용된 적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u-City였지만, 태풍처럼 휘몰아치던 유비쿼터스의 유행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반면 스마트는 스마트폰이라는 성공적인 결과물을 바탕으로 여전히 많은 곳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되었습니다.

스마트 건설은 소위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건설 기술 체계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건설산업에 스마트 기술이 적용될 수 있는 분야는 크게 건설 프로세스와 건설 상품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생산 단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생산성 혁신을 유도하는 스마트 기술 적용이 건설 프로세스의 스마트화입니다. 건설의 결과물인 시설물은 사람이 거주하거나 활동하고 이동하는 공간을 구성하는데, 사람들이 편리하고 안락하게 공간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기술 적용이 건설 상품의 스마트화라 할 수 있습니다.
건설 프로세스의 스마트화, 15일 만에 세운 30층짜리 호텔
일반적으로 스마트 건설은 생산성 혁신을 위한 건설 프로세스의 스마트화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로 건설의 주체인 기술자나 관련 연구자들이 스마트 건설을 다루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주된 관심사인 프로세스 개선과 혁신을 위한 스마트화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의 건설 프로세스는 생산성 정체를 유발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했는데, 중국의 BSB라는 업체가 모듈러 공법을 이용해서 30층 규모의 호텔을 15일 만에 건설하는 충격적인 성과를 보인 적이 있습니다. 추후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수백일이 걸리는 사업을 15일 만에 이루어 낸 성과는 건설 생산 체계에 대한 사고의 전환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서도 모듈러와 OSC(Off-Site Construction)공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공장 제작 기반 건설 생산 체계로 전환하는 기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불확실성이 높은 건설 현장에서의 작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공장에서 모듈을 제작하고, 이를 현장에서 조립만 함으로써 생산 체계를 혁신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3D 프린터나 건설 로봇은 건설 현장 자체를 공장화하는 개념으로, 건설 생산 체계를 혁신하는 접근입니다. 1990년대에 일본의 건설산업은 로보틱스 기반으로 무인 건설 현장을 구현하고자 노력한 바 있습니다. 사람은 컨트롤 룸에만 머물고, 실제 현장에는 로봇과 건설 장비만으로 30여 층의 빌딩을 건설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건설산업의 공장화 개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장을 구현하거나 로봇을 개발하는 것과 더불어 기존 설계 체계와 생산(시공) 체계의 변화도 수반해야 합니다. 대상 시설물의 정보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ling) 기반 설계를 통해 생산 단계의 공법이 설계에 반영되어야 합니다. BIM은 디지털 트윈의 인프라로서 공종별 통합 설계의 근간이 되고, 설계와 시공의 연계를 통해 시공 단계의 BIM 활용도를 높여야 합니다.

BIM을 기반으로 한 건설 데이터는 3D 스캐너나 AR/VR 등에 반영되어 계획 정보와 실적 정보를 비교하고, AI 식별을 통한 공사 중 품질 및 안전 관리 등에 이용됩니다. BIM 데이터와 공정 데이터, 원가 데이터 등을 연계한 4D/5D CAD는 원가와 연계된 공정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공정계획을 수립해, 공기를 단축하고 실행 단계의 업무 효율을 증진합니다.

궁극적으로 건설 프로세스의 스마트화를 통해서 혁신적인 생산성 증대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건설산업의 제조업화 개념으로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건설 상품의 스마트화, 스마트 홈과 스마트 시티
건설의 결과물인 시설물은 사람이 거주하고 활동하는 공간을 형성하는 것으로, 시설물과 공간에 스마트 기술을 적용해 거주성과 편의성, 안전성이 높은 건설 상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 홈과 스마트 시티입니다. 시장 규모와 부가가치 측면에서 건설 프로세스의 스마트화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큰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건설 프로세스의 스마트화는 실무자가 관심을 가질 분야라고 본다면, 건설 상품의 스마트화는 경영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입니다.

일반적으로 주택이나 도시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면 스마트 건설 상품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인텔리전트 홈이나 u-City의 경우 똑같은 개념이 적용되었으나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습니다. 그때의 기술보다 현재 기술이 월등하게 높은 수준이므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본질이 달라지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텔리전트 홈과 u-City는 왜 성공하지 못한 것일까요?
주택이나 도시에 스마트 기술을 접목하면 상대적으로 고가의 결과물을 만들게 됩니다. 해당 시설물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거주자들의 인식이나 요구 수준과 맞는지에 대한 피드백이 필요한데, 그런 메커니즘이 해당 건설 상품 속에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최근 건설 회사들이 제공한 스마트 홈의 앱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기능별 앱을 다수 설치해서 사용해야 하는 등의 문제가 노출되고 있습니다.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주택 분양을 잘 하기 위한 목적으로 스마트 홈을 계획한 것이기 때문에 분양이 끝난 뒤 스마트 홈 거주자의 문제는 다른 이의 것이 되고 맙니다. 현재의 스마트 홈에는 피드백 메커니즘이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스마트 홈이 지속성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건설 상품의 스마트화는 가치사슬(Value Chain)의 확장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실내 사이클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사용자와 같이 사이클을 탈 수 있는 플랫폼(야핏 사이클)을 구축하는 것이나, 애플이 아이폰을 판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용자가 스스로 아이폰을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플랫폼(앱스토어)을 구축한 사례가 가치사슬의 확장에 해당합니다. 상품을 판매한 것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고객과의 접점이 만들어져 자연스럽게 피드백을 통한 상품의 보완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플랫폼에 접근하는 고객 네트워크는 공급자 네트워크와의 연계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앱스토어(2022년 1.1조 달러 매출)와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건설 상품의 분양에 그치지 않고 거주자들과의 지속적인 접점이 형성되는 플랫폼의 개발을 통해서 스마트건설상품의 완결성을 확보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전환점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건설산업을 수주산업의 울타리에 묶어두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갈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접했을 때, AI와 IoT, 빅데이터 등 기술에 호기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것은 1차, 2차, 3차, 4차와 같은 차수가 먼저 뇌리에 떠오르고 차수별 기술로 자연스럽게 관심이 옮겨 가는 게 이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차수가 의미하는 것은 그 시대에 변화를 유발한 동력원이었던 기술이지만, 혁명이라는 단어는 사회의 주역이 달라졌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1차 산업혁명에서는 봉건영주와 귀족이 몰락하고 자본가가 시대의 주역으로 올라섰던 때입니다. 지금은 구글과 페이스북, 유튜브, 넷플릭스, 카카오, 네이버 등과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시대의 주역으로 올라서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과 연계해서 보면 스마트 건설은 수주나 분양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는 산업의 단순한 생산성 혁신을 넘어서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 전환하는 개념을 담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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