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운행하다 보면 가끔 계기판에 원인 모를 경고등이 뜬다거나 서비스센터에 방문할 시간이 없어 자동차 정기 점검 시기를 놓칠 때가 있는데요. 누가 나 대신 서비스센터에 자동차를 점검해 줬으면 싶죠?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오프라인 서비스센터 방문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스스로 이상을 감지해 결함을 개선하고, 챗GPT같은 AI가 알아서 운전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전망이라고 해요.

이번 전문가 칼럼에서는 U+ 뉴스레터 독자들을 위해 SDV 기술을 자세히 설명하고, SDV 시대를 맞이하는 자동차 제조사와 다양한 모빌리티 관련 기업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소개했습니다. 

1.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그려지는 미래 모빌리티 청사진 

자동차 제조사는 크게 자율주행과 전동화라는 두 축으로 미래 모빌리티 방향을 설정하고 기술 개발에 매진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되고 전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을수록 제조사는 복잡해진 자동차 기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 필요했습니다. 그 사이 정보통신 기술 발전으로 사람과 도심 인프라뿐만 아니라 가상공간까지 연결하는 ‘초연결 사회’로 미래 모빌리티 범위 또한 확장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oftware Defined Vehicle, 이하 SDV)’가 자동차 업계 뜨거운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SDV는 소프트웨어로 하드웨어를 제어하고 관리하는 자동차를 의미합니다. SDV는 효율적인 전동화 전환과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를 이끌 뿐만 아니라 초연결 사회가 촉발한 다양한 소비자 요구를 수용하는 데에도 필요한 기반 기술로 꼽힙니다. 

2.SDV로 무엇이 가능할까  

SDV는 운전자가 오프라인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내비게이션·인포테인먼트뿐만 아니라 구동·조향 장치, 전기차 배터리 등 자동차 핵심 기능을 효율적으로 제어하고 관리하도록 돕습니다. 예컨대 전기차 배터리 전압이나 온도를 센서로 측정한 값과 사용 패턴을 분석해 교체 시기를 가늠하도록 소프트웨어가 돕는 방식입니다. 실시간으로 교통 정보를 얻고 다른 차량·사물과 통신하기 위해서도 소프트웨어는 필수입니다. 
차량 결함이 발생하거나 기능을 추가할 때도 SDV의 무선 통신 업데이트(OTA, Over The Air)로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는 오프라인 센터를 찾을 필요가 없어집니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운영체제 업데이트로 결함을 개선하고, 기능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SDV로 효율을 제고하기 위해 자동차 제조사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중앙집중형 전기·전자(E/E) 아키텍처 구현과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 및 데이터 경쟁력 확보입니다.

자동차 기능이 복잡해지면서 각 기능을 제어하기 위한 전자제어유닛(ECU, Electronic Control Unit)의 탑재량도 늘어갑니다. 각기 다른 기업이 개발한 ECU를 분산 배치한 현재 차량 구조는 합리적이지 않습니다. 같은 문제를 두고도 각기 다른 OS로 접근해야 하므로, 성능 개선이 매우 어렵고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분산형 구조를 탈피하고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를 구현하면, 통합 OS를 바탕으로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제어와 성능 개선을 효율적으로 이룰 수 있습니다. 전제 조건은 각 기능이 충돌하지 않고 매끄럽게 맞물려 작동하면서 무선 업데이트까지 가능케 하는 ‘OS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이에 각 제조사는 2025년을 SDV 원년으로 삼고, OS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모든 제어기에 공용으로 적용 가능한 자체 개발 OS, ‘ccOS’를 앞세워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SDV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2030년까지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에 18조 원을 쏟아부을 계획도 밝혔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자체 OS인 ‘MB.OS’를 내년 신차부터 적용하기 위해 분주하며,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협업해 SDV 공동 개발에도 나섰습니다. 폭스바겐과 토요타 역시 자체 OS인 ‘VW.OS’와 ‘아린(Arene)’을 선보이기 위해 SW기술센터 건립과 인력 확보 및 조직구조 개편에 나섰습니다. 

OS와 함께 SDV가 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선 데이터 경쟁력 확보도 필요합니다. 카메라와 레이더, 라이더 등 센싱 기술로 읽어내는 교통 신호와 보행자, 지도, 다른 차량의 정보를 수신해 차량 두뇌가 올바른 판단을 내리도록 돕는 데이터 처리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차량의 주행정보를 분석해 이상징후를 포착하는 데에도 데이터 분석이 필요합니다. SDV를 통해 각 기능을 무선으로 제어하고 업데이트하며 교통량과 상관없이 원활한 차량 내·외부 네트워크 연결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야 합니다. 여러 통신사가 미래 먹거리로 커넥티드 카 회선과 전용 통신 모듈, 차량 데이터 분석을 꼽으며 자동차 제조사와 협업에 나서는 이유입니다.

3.SDV로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머지 않은 SDV 시대 미래 모빌리티는 어떤 모습일까요. 그 힌트는 테슬라를 살펴보면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SDV를 가장 잘 활용하며 선도하는 제조사로 테슬라가 꼽힙니다. 테슬라는 2014년부터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ECU를 통합하고 자체 OS를 통해 중앙집중형 아키텍처를 구현했습니다. 그 결과 테슬라는 무선 업데이트로 차량 기능뿐만 아니라 서스펜션까지 개선하고 있습니다. 가속 부스트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모델Y 제로백을 기존 4.8초에서 4.3초로 단축하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결함으로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지만, 리콜조차 원격으로 가능한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활용법은 혁신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러 제반 기술이 맞물려 SDV가 구현될 경우, 다양한 소비자 요구 충족도 가능합니다. 예컨대 초연결 사회에 대한 요구와 맞물려 소비자는 자동차에서 집 안 가전을 제어하고, 주행하지 않을 때는 스티어링 휠 대신 책상을 꺼내 업무를 보길 원합니다. 차량 호출과 배달, 유틸리티 등 목적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컨버전(Conversion) 기능도 초연결 시대에 요구됩니다. 카투홈(Car to Home)과 더불어 소비자 요구에 따라 맞춤형 차량 설계와 제작이 가능한 목적기반 차량(PBV, Purpose Built Vehicle)이 등장한 배경입니다. 
일례로 기아는 첫 중형 PBV인 PV5를 2025년에 출시, PBV 사업을 본격 전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아는 오토랜드 화성에 연간 15만 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춘 PBV 전기차 전용공장 '이보 플랜트(EVO Plant)’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차량 경로와 정보 등 외부 데이터 간 연결성을 강화해 여러 대의 차량을 동시에 운영할 계획도 전했습니다. 기아는 이어 대형 및 소형 PBV 라인업을 추가해 대형 물류 회사나 모빌리티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AI와 소프트웨어 접목도 활발합니다. 차 안에서 게임을 즐기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서 나아가, 디테일한 요구도 가능케 하는 생성 AI(Generative AI)가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각 제조사는 그간 쌓아온 자사 차량과 유지 보수에 관한 정보, 고객 데이터, 방대한 포털 정보 등을 챗GPT와 결합해 운전자 편의를 높이기 위해 분주합니다. 
예컨대 운전자가 춥다고 말하면 음성 인식으로 좌석 히터를 켜주거나, 약을 찾으면 가까운 약국을 검색해 경로를 안내하는 방식입니다. ‘왼쪽 뒷자리 창문을 반만 열어달라’는 디테일한 요구뿐만 아니라 전기차 충전을 기다리는 동안 차량 안 챗GPT와 퀴즈를 즐기며 무료함을 달랠 수 있는 시대도 임박했습니다. 

챗GPT는 자동차의 고장 원인도 분석해 줄 전망입니다. 예컨대 자동차에서 냄새가 나는 이유를 챗GPT에 물으면, 차량 정보와 유지 보수 정보를 종합해 냄새의 원인을 찾아 점검 또는 교체해야 할 소모품을 나열하는 방식입니다. 폭스바겐그룹은 자사 최신 전기차 ID 시리즈를 비롯해 올 뉴 티구안, 올 뉴 파사트와 같은 차량에 탑재할 최신 OS에 챗GPT를 통합, 올해 안에 순차적으로 글로벌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SDV 시대가 임박하면서 방대한 데이터가 오가는 만큼, 자동차 사이버 보안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에 UN 유럽경제위원회(UNECE)는 2022년 7월부터 유럽과 북미, 아시아 등 산하 56개국 회원국에서 출시되는 ECU 장착 자동차의 사이버 보안 인증을 의무화했습니다. 폭스바겐그룹은 차량 내에서 챗GPT와 이뤄지는 질문과 답변을 즉시 삭제하도록 프로그래밍하는 등 보안 대책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SDV 구현을 위해서 완성차 업체뿐만 아니라 ICT사업자, 통신업체, 차량공유 플랫폼 업체 등 수많은 모빌리티 서비스 관련 기업이 소프트웨어 플랫폼 안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통합 운영에 나섭니다. 이 과정에서 보안 사고가 발생한다면,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목숨을 담보하는 자동차 통제권까지 내어줄 수도 있습니다. SDV의 무수한 장점을 상쇄할 수 있는 치명적인 보안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SDV 보안 기술 개발에도 매진해야 할 시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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